고용부, 양대 노동지침 폐기… 저성과자라도 쉽게 해고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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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 박근혜 정부 정책 20개월만에 백지화
노사정위 재개 가능성 커져
노동계 “신뢰 회복 최소한의 조치”… 재계 “고용 경직성 더 강화될 우려”

김영주 고용장관 “양대 지침, 갈등만 초래”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왼쪽)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 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세종=뉴스1

정부가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 정책이었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2대 지침을 공식 폐기했다. 지난해 1월 전격 시행된 지 1년 8개월 만이다. 문재인 정부가 주장해온 이른바 ‘노동 적폐’ 청산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고와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신호등’이 사라지면서 산업 현장의 혼란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 경직성이 더욱 강화돼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 “2대 지침은 갈등만 초래”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전국 기관장회의를 열고 2대 지침 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김 장관은 “2대 지침은 노사 등 당사자와의 협의가 부족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추진돼 노정 갈등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2대 지침은 저(低)성과자와 업무 부적응자를 평가와 재교육을 거쳐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노조 동의 없이도 가능토록 하는 ‘취업규칙 지침’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4월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추진하면서 2대 지침을 합의문에 넣는 것을 시도했다. 해고, 임금에 대한 ‘신호등’을 만들어 관련 분쟁을 줄이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였다.

그러자 노사정 협상에 참여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강하게 반발하며 협상을 거부하다가 같은 해 9월에 재개된 협상에서 정부가 지침을 마련하되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명확히 하자고 합의하면서 대타협을 이뤘다.

이후 정부는 노동계가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지난해 1월 독자적으로 2대 지침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이에 한국노총이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자 정부는 2대 지침 시행에 들어갔다.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2대 지침 폐기를 약속했다.

김 장관이 취임 42일 만에 폐기를 공식 선언하자 한국노총은 “노정 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환영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의 대타협 파기 선언 이후 1년 8개월 동안 가동이 중단된 노사정위원회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대 지침 폐기를 노사정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내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정 참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다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12월 지도부 선거 이후에야 명확한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여 민노총까지 참여하는 노사정 대화가 즉각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 분쟁 증가하는데 신호등까지 없애나

문재인 정부가 2대 지침 폐기를 전격 선언하면서 노동 현장에서는 해고와 임금(취업규칙) 관련 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성과자나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해고는 현재도 희망퇴직 등의 형태로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23조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할 수 없다’고만 규정했을 뿐 일반해고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전무하다. 취업규칙 변경 역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노조 동의 없이 불이익 변경이 가능하다고 법원이 내린 판례를 근로기준법이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관련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지침까지 폐기하면 해고와 임금을 둘러싼 노사 분쟁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대 지침은 노동계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성급하게 추진하는 등 분명 문제가 있었지만 이번 정부가 적폐로 몰아가며 과도한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대 지침을 폐기하더라도 해고와 취업규칙을 둘러싼 분쟁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손놓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2대 지침이 노사 간 이견으로 현장에서 거의 작동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했다고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민간기업들은 노사 합의하에 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취업규칙의 일방적 변경을 하지 않았고, 해고 역시 법원의 판단까지 고려해 신중히 결정했다”며 “문제는 정부가 양대 노총의 요구를 즉각 들어주는 노조 편향 정책을 펴는 것이다. 향후 노사정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할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유성열 ryu@donga.com·김호경·곽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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