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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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하노 벡 외 2명 지음 | 다산북스 (2017)
경제연구실 김경훈 선임연구원 khkim@wfri.re.kr

 

저자: 하노 벡, 우르반 바허, 마르코 헤르만

하노 벡은 마인츠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독일의 신문사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8년간 경제전문기자로 일했고 독일 최고 언론인 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2006년부터는 포르츠하임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일반 경제학과 경제 정책을 가르치고 있으며, 2013년 『부자들의 생각법』과 2015년 『돈이 녹는다』를 통해 독일 최우수 경제경영 도서상을 두 번 수상하였다. 우르반 바허는 바이에른 협동조합에서 변호사와 책임관리자로 일했으며, 이후 라이프아이젠방크 이사회 임원을 지냈고 현재는 포르츠하임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경영학과 금융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마르코 헤르만은 전문 투자분석가로 독일 자산운용사 피두카에서 자산 관리 경영인으로 일하고 있다.

리뷰: 인플레이션의 역사

책은 인플레이션의 탄생에서부터 영향력까지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자세하게 설명한다. 화폐의 역사가 곧 인플레이션의 역사라는 명제 하에, 화폐 발명의 배경과 제조 방법에서부터 책의 내용이 시작된다. 중반부에는 1920년대 독일의 초인플레이션과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등 20세기 이후의 인플레이션 사례를, 후반부에는 최근의 금융위기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책은 정치적인 이유로 인플레이션이 오용되고 그로 인해 초인플레이션, 금융위기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인플레이션의 탄생
인플레이션은 화폐가 발명되면서 시작되었다. 화폐 발명 이전에는 황소, 조개껍질, 돌, 소금 등 온갖 종류의 물건이 지불수단으로 사용되었다. 그 중 황소는 최초의 교환수단이자 계산단위였고, 이 때문에 돈과 관련된 단어의 어원 중에는 황소에서 유래한 것이 많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스페인어로 돈을 ‘pecunia’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가축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pecus’에서 유래한 것이다. 최초의 인플레이션이 등장한 것은 화폐가 지불수단으로 도입된 직후로 추정된다. 지불수단으로서 소, 향신료, 귀금속 등은 그 자체로도 값어치를 갖는다. 그러나 이들은 무겁고, 보관하기 어려우며, 계산하기에도 번거롭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금과 같은 동전이 지불수단으로 사용되었고, 이후 더 편리한 종이가 동전을 대체하였다. 지불수단으로 유통되던 지폐에는 숫자로 가치가 표시되어 있었고, 이는 종이에 적힌 금액만큼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지폐의 발행이 늘어나면서 희소성이 낮아지고 지폐의 가치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살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들게 되었다. 즉 돈이 나타내는 가치와 돈이 지닌 가치가 달라지면서 인플레이션은 시작되었다.

초인플레인션
책은 20세기 이후 나타난 초인플레이션들을 소개하고 있다. 20세기 최초의 초인플레이션은 공식 기록상 1920년대 독일에서 발생했다. 독일은 제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당시로선 천문학적 액수의 전쟁배상금을 지불하도록 판결받았다.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늘려야 했고 이를 위해 마르크를 평가절하한 결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는 것이 독일 경제학자들의 설명이다. 이 시기에 독일제국은행은 542×1018 마르크를 지출했다.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는 1920년대 독일의 경제에 대해 독일인들이 히틀러를 받아들이지 않고는 못 배길 상황이었다고 묘사했다. 1923년말에는 빵 1킬로그램 가격이 4,280억 마크르였고, 신문 한 부는 2,000억 마르크, 우표 한 장은 1,000억 마르크에 달했다. 2016년 베네수엘라에서도 초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당시 국제통화기금에서 평가한 베네수엘라의 연 인플레이션율은 720퍼센트였다. 복지 정책을 대폭 확대한 베네수엘라 대통령 차베스의 21세기형 사회주의가 유가 폭락과 맞물리며 석유 수출이 주수입원인 베네수엘라에 경제 위기를 촉발한 것이다. 당시 베네수엘라에서는 담배 한 갑을 사기 위해 두툼한 돈다발을 들고 줄을 서야 했고, 상인들은 물건 가격을 달러로 표시해야만 했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초인플레이션은 정치적 격변기에 발생한다. 전쟁 중 혹은 전쟁 후 기존의 체제가 붕괴되는 시기, 이를테면 계획경제체제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발생한다. 즉 초인플레이션은 정치적인 것이며, 정치인들이 원인을 제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둘째, 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향후에도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고인플레이션일수록 인플레이션 수치는 더 불안정해지고, 경제상황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진다. 셋째, 인플레이션과 통화량은 같이 움직이다. 인플레이션이 높을수록 화폐 유통량이 증가하는데, 이는 화폐의 구매력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승자는 누구인가?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채권자가 손해를 보고 채무자가 이득을 본다. 인플레이션으로 채무자에게 빌려준 돈의 구매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자는 앞으로 발생할 인플레이션을 예상하여 그에 합당한 이자를 요구하게 된다. 예상한 인플레이션율보다 실제 인플레이션율이 높으면 채무자가 이득을 보지만, 예상한 인플레이션보다 실제 인플레이션율이 낮으면 채권자가 이득을 본다. 예금자는 채권자와 같은 상황에 놓인다. 예금자는 이자, 배당금 등 수익 보장을 담보로 제 3자에게 돈을 맡기는데 수익률이 예상 인플레이션을 밑돌게 되면 손실을 본다. 따라서 향후 인플레이션율을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지만 인플레이션율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오직 국가만이 인플레이션을 조장함으로써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최대한 많은 빚을 진 후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부채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가능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플레이션은 의회의 결의안이나 장관의 공식 선언 없이 익명으로 진행된다. 둘째, 인플레이션은 소리 없이 화폐의 가치와 부채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떨어뜨린다. 셋째,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는 조작이 가능하다. 그들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해보이지만, 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화폐 발행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해 국가 부채가 증가하고 인플레이션율을 올리는 데에 중앙은행이 동조하는 상황이 없어야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통화량 증가가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지는 않으며 단기적으로 생산과 고용을 증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이나 자산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 들어 나타난 IT 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재정 위기 등 경제위기는 공통적으로 자산인플레이션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들은 양적완화 등 주요국들의 통화완화정책의 효과에 의문을 갖고 부작용을 우려한다. 양적완화에 따른 저금리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버블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들은 양적완화가 중앙은행이 화폐발행량을 늘려 국가의 부채를 운용하는 속임수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그리고 저금리 영향으로 늘어난 가계 대출은 추후에 개인파산을 확대시킬 우려가 있으며 생명보험, 연금보험, 노후 연금 등의 수익률을 악화시켜 개인의 노후 생활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최근의 경제 상황을 보면 저자의 주장처럼 양적완화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양적완화로 주요국의 투자, 고용,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크지 않다. 그러나 최근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과열 우려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책에서도 인플레이션을 재화가격의 상승만이 아니라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자산인플레이션)도 포함하여 말하고 있다. 자산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양적완화의 출구 전략에 따라 사라질지 확대될지 결정될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는 상당기간 통화완화정책 이후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벗어나 경기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 향후 세계경제가 저자들의 주장처럼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에 빠지지 않고 적절한 금융 및 재정정책을 통해 리플레이션으로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기획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작성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김경훈 선임연구원

편집 : 뉴스젤리

게재일 : 201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