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지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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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지향의 시대
마쓰나가 게이코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2017)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박찬 선임연구원 chanpark@wfri.re.kr

 

저자: 마쓰나가 게이코

마쓰나가 게이코는 오사카 시립대학 대학원 창조도시연구과 교수로 동대학원 경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시마네 현립대학 준교수 등을 거쳤다. 전문 분야는 지역 산업론, 지역사회경제로 현장에서 취재와 대화를 통해 지역 산업 및 지역 경제의 바람직한 모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초고령 사회의 자립과 경제에 대해 논한 『창조적 지역사회』가 있다.

리뷰: 작은 마을의 특별한 생존법

이 책은 지방을 초고령화 지역, 낙후 지역 등 골칫거리로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의 가능성을 가진 희망의 싹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물질’ 지원을 통해 지방 낙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도시 중심적 시각에서 탈피하여 지방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활용하여 발전해 나가는 지방 중심적 시각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마쓰나가 교수는 이 책에서 통계 수치를 강조하는 거시적인 관점이 아니라 가치를 강조하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지역경제를 살펴봄으로써 기존에 논의되었던 지역발전 방식과 다른 길을 제시한다.

‘로컬 지향의 시대’가 열렸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방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활동 지역을 지방으로 옮긴 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일거리를 만들거나,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로컬 지향’이 심화되는 배경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꼽았다. SNS를 통해 공유하고 평가받기 원하는 젊은 세대들의 성향, 즉 자신의 일이 의미 있음을 확인받고 사회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위상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회적 욕구가 젊은 세대를 지방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구 2만 5천명, 고령화율 33%에 달하는 시마네현의 작은 마을 고쓰 시(市)를 변화시켰다. 일본에서 인구 감소가 가장 빨리 시작된 도시였지만, 지금은 지방 리노베이션의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2010년부터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개최된 ‘비즈니스 플랜 콘테스트’에서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는 마을의 빈 가게들을 변화시켜 마을 발전의 단초가 되었다. 낡은 민가 재생, 지역 컨설턴트, 공동 작업장 조성, 디자인 사무소, 술집, 와인 판매점 등 다양한 사업들이 시작되었고 젊은 사람들이 점차 모여들면서 마을의 상점가도 부활했다.

이 책에서 지방을 발전시키는 두 가지 전략으로 첫째는 도시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전략, 둘째는 지방이 이미 가지고 있는 산업을 더 발전시키는 전략을 제시했다.

도시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유입시키는 전략
지금까지 인구 유입을 위해서 가장 많이 사용한 방법은 지역에 대기업을 이전시켜 근로자의 정착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는 대기업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지역 산업도 발전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저자는 대기업에 의존한 지방 발전 방안이 현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기업이 이전하면 사람들이 지방으로 이주해 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주거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근로자들이 이주 지역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를 하거나 지역을 이탈하는 문제기 생긴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부작용이 시대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양적 성장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라고 말한다. 로컬 지향의 시대에 그러한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지방이 가진 자원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성공 사례로 도쿠시마 현의 가미야마 마을이 있다. 가미야마 마을은 원래 1950년대부터 꾸준히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 2011년까지 6000명밖에 살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던 가미야마 마을은 사람들의 노동에 대한 시각이 이전과는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자유롭게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바쁜 도시에서 빽빽하게 일하기보다는 여유로운 곳에서 자율 근무제로 일하길 꿈꾸는 것이다. 가미야마 마을은 이러한 근무 패턴을 실현할 수 있을 만한 젊은 기업, 예컨대 IT기업이나 디자인 관련 기업,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위성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는 고택을 소개했다.

가미야마 마을은 해당 기업들에게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같은 물질적 지원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젊은 세대들에게 꿈꾸는 노동 방식을 가미야마 마을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뿐이다. 또한 빈집을 활용해 가미야마 마을에서 근무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 정책이 주효하였고, 2011년 마침내 1955년 이후 처음으로 인구가 증가세로 전환되는 쾌거를 이뤘다.

지방이 이미 가진 산업을 더 발전시키는 전략
지방을 발전시키는 두 번째 전략은 특산품 사업이나 산업 집적을 이루었던 마을의 기업들을 되살리는 것이다. 나가사키 현의 하사미 마을이 그 성공 사례다. ‘하사미’ 마을은 원래 특산품으로 ‘하사미야키’라는 도자기를 대량 생산하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었다. 하지만 식습관의 서구화로 도자기 수요가 감소하면서 품질이 좋지 않고 디자인이 촌스러운 저가 도자기라는 인식 때문에 ‘하사미야키’의 주문량은 한 가마에 천 단위에서 한 자리 수로 급격히 감소하였다.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도자기 공방을 운영하였으므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좌시할 수 없었던 지자체와 마을의 기업들은 힘을 합쳐 ‘하사미야키’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했다. 먼저 도매상을 거쳐 시장에서 판매했던 방식에서 백화점, 편집가게(shop)에 직접 도자기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새로운 판매처에서 세련되고 독특한 디자인의 고급 도자기라는 컨셉으로 대고객 마케팅을 실시하였다. ‘하사미야키’라는 지역 특산품을 고급 브랜드로 마케팅 했다. 또한 폐쇄적이었던 공방을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함으로써 하사미 마을은 도자기 생산지로 명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이 책은 하사미 마을 사례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에서 작은 마을 기업들이 어떻게 경쟁력을 키우고, 지자체가 그 과정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를 조언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고베의 가죽 공방이나 도쿄의 스카이트리, 독일 마이센의 도자기 박물관 같이 마을의 기업들이 서로 공생하며 지역 산업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이를 관광과 접목한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우리는 변화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일본의 인구가 감소하는 작은 마을 사례를 중심으로 지방 발전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수도권으로 인구가 과밀화되고 지방 광역시를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등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 책을 통해 한번쯤 같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 인구 유입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실행했던 행정 기관 및 기업 이전 정책의 결과를 돌이켜 볼 때, 저자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국내 실정에 맞게 점진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획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작성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박찬 선임연구원

편집 : 뉴스젤리

게재일 : 2017.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