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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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의 대화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김연철 / 창비(2018)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상욱 실장 swchun@wfri.re.kr

 

이 책은 한마디로

지난 4월 27일의 ‘판문점 선언’은 70년간 축적된 남북 대화의 결과물이다. 평화와 통일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One page 요약

최근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13일 통일연구원장으로 임명된 저자의 남북관계에 대한 관점과 주장은 현 정부의 남북관계 정책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저자는 남북관계에 대한 세 가지 관점-남한이 주도하는 능동적 접근, 동북아 지역질서와 남북관계를 함께 보는 포괄적 접근, 남북관계의 과거에서 지혜를 찾는 역사적 접근-을 준거로 지난 70년간의 남북대화를 해석한다.

1950년대의 남북관계는 ‘대결과 상호부정의 시대’로 정의할 수 있다. 휴전협정 이후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논의한 처음이자 마지막 다자회의였던 1954년의 제네바회담은 결과적으로 동북아 냉전체제의 구체적 모습을 확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이승만에 대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냉전의 심화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체결과 한・미・일 삼각동맹의 정착으로 귀결되었다.
1960년대는 ‘제한전쟁의 시대’였다. 특히 1968년 1월 21일의 청와대 습격 사건과 1월 23일의 미국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은 한반도를 전면전 직전 상황까지 몰고 갔다. 일련의 사건은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당사국들 간의 역학관계를 변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했다. 멀어지던 북한과 중국은 밀착되었으며, 소련도 한반도의 전쟁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한미관계는 악화되었다. 미국은 무력 보복을 주장하는 박정희 정부를 억제하면서 북한과 ‘정부 대 정부’ 협상을 통해 푸에블로호 선원들의 석방을 추진했다. 협상 장소는 판문점이었지만 남한은 협상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

1970년대는 ‘대화가 있는 대결의 시대’였다. 미소, 미중 데탕트를 추진하던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1969년 “아시아 국가들은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괌 선언을 발표하고 주한미군 감축을 결정했다. 7・4남북공동성명을 끌어낸 남북 대화는 국제정치구조의 급변에 대응한 박정희 정부와 김일성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남북 모두 남북대화를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합의사항의 이행에는 실패했고 남북대화는 중단되었다. 박정희 정부는 ‘데탕트 위기론’을 명분으로 1971년 12월에 비상사태를 선포하였고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몇 개월 뒤인 1972년 10월에는 유신체제를 도입했다. 김일성 정부도 유일지도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정권 세습을 추진했다. 하지만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통일 3대원칙 등 7개항의 합의사항을 담고 있는 7・4남북공동성명은 이후 남북 대화의 원형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은 ‘합의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다. ‘88올림픽의 성공을 바라던 전두환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동시에 1984~1985년 다섯 차례의 경제회담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의 기초를 마련했다. ‘교류・협력’이라는 남북 경제협력의 기본 개념에 대한 합의를 시작으로 교역품목, 무관세조건, 남북철도연결, 공동어로구역설정, 자연자원공동개발, 경제협력위원회설치, 은행을 통한 결제방식 등에 관한 합의를 이루었다. 당시의 합의가 모두 곧바로 시행되지는 못했지만 전두환 정부의 뒤를 이은 노태우 정부는 1988년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대통령 특별선언(7・7선언)을 시작으로 3단계 ‘북방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1단계는 여건 조성 단계로 소련, 중국, 동구권과의 수교를 추진했다. 2단계는 남북관계에 집중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선언으로 이어졌다. 3단계는 “우리의 생활, 문화권을 연변, 연해주 등에까지 확장시켜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한반도 평화에 관한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북한 핵문제, 한국정부 내 강온파 대결 등으로 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는 못하였으나,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의 정상회담으로 연결되는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5년은 ‘공백의 시기’였다. 시종일관 제재를 밀어붙이고 남북경제협력을 ‘시혜’로 생각한 김영삼 대통령의 입장은 남북관계가 주도권을 상실하고 미북 관계가 한반도 상황을 주도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1994년 6월의 전쟁 위기 고조 이후 카터와 김일성의 면담으로 남북정상회담 국면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결국 김일성 사후 조문외교 논란을 거치면서 한국은 배제되고 북미관계만 작동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북미는 1994년 10월 제네바합의를 통해 1차 북핵위기를 해결하였다.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1990년대 후반과 2000년 중반까지는 ‘접촉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대의 대북정책은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끄는 동시에 냉전적인 남북관계를 탈냉전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포용정책’으로 대변된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공표된 6・15남북공동선언은 서로가 체제를 인정하고 공존하며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공존의 약속’이었다. 남측의 ‘남북연합’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에 공통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금강산・개성・철도’의 3대 경제협력사업이 본격화되었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선언)은 남북 당사자 관계의 구축과 잠정적인 조치로서 종전선언에 합의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약속’이었다. 여기에는 해상경계선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경제협력을 통해 서해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도 포함되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10년은 ‘제재의 시대’였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이전 정부들의 남북관계 정책을 폐기하고 비핵개방 3000, 그랜드바겐, 통일대박론,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등 ‘북한붕괴론’에 근거한 정책들을 시행하고자 했다. 결국, 금강산 관광 중단, 5・24조치, 개성공단폐쇄 등 남북관계의 완전한 단절 상황이 초래되었다.
저자는 지난 70년간의 남북 대화의 역사를 교훈 삼아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갈 것을 조언한다. 법적인 평화보다 ‘사실상의 평화’, 제도적인 통일보다 ‘사실상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해답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저자는 남북 경제협력을 근간으로 하는 북방경제가 한반도의 경제적 공간을 확대해 침체된 한국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될 기회라는 점 또한 강조한다.

연구원이 밑줄 친 본문

주변국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 정책을 추진한다. 주변국이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느냐 혹은 반대하느냐, 또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느냐 혹은 긴장을 원하느냐는 모두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달려 있다.

☑  북한의 핵무기는 한반도 냉전체제의 산물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여기서 핵심은 핵무기가 아니라 관계의 성격이다.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않으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  포용정책은 유화정책과 다르다. 무엇보다 유화정책은 현상유지를 추구하지만, 포용정책은 현상타파를 추구한다. 포용정책은 평화를 추구하고, 북한의 경제개혁을 유도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해나간다는 점에서 현실 추수, 갈등 회피, 문제 봉합 등과는 정반대의 정책이다. 유화정책은 수동적이지만 포용정책은 능동적이다.

저자소개
김연철
제16대 통일연구원장. 북한 및 남북관계 분야의 전문가로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소통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기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서 남북협상과 6자회담 등 정책 현장에서 일했다. 통일연구원장 취임 전에는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저서로 「협상의 전략」, 「냉전의 추억」, 「북한의 산업화와 경제정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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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작성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상욱 실장

편집 : 뉴스젤리

게재일 : 2018.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