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인구 아세안은 블루오션…기업이 뛰게 정부가 맞춤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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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新남방으로 원아시아 리드 (下) ◆
글로벌 무역전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의 돌파구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이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 강화를 위해 범부처 조직인 신남방특별위원회를 지난달 말 출범시켰다. 신남방정책 액션플랜을 모색하기 위해 매일경제신문은 12일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서양원 매일경제 편집국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김현철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을 비롯해 박기출 제17차 세계한상대회장(PG홀딩스그룹 회장), 성기학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영원무역 회장), 이원준 롯데 유통사업부문 부회장, 이혁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등이 모여 신남방정책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성 회장과 박 회장은 케냐와 싱가포르에서 이날 새벽 각각 귀국한 뒤 곧장 좌담회 장소를 찾았다.
―신남방이 왜 중요한가.
▷김현철 위원장=한국은 그동안 G2(미국·중국)에 쏠려 있었다. 한국의 교역 37%를 미국·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G2 중심의 경제외교지형을 새롭게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다. 마침 중국만 한 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바로 아세안과 인도다. 그동안 G2 중심으로 바라봤지만 2030년엔 글로벌 톱5 경제대국에 새롭게 진입하는 국가가 바로 아세안과 인도다. 저성장에 빠진 한국 경제가 통상환경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야 하는데 가장 확실한 게 신남방이다.
―신남방정책의 구체적인 목표는.
▷김현철 위원장=우리 국민과 기업들은 이미 아세안과 인도에 적극 진출해 기반을 닦아왔다. 지금까지 정부가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문재인정부는 열심히 뛰고 있는 한국 기업을 적극 지원해 한국의 새로운 성장 축인 아세안과의 교역액을 2020년까지 중국과 비슷한 규모인 2000억달러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년 안에 중국만 한 시장을 아세안에 만들겠다는 의미다. 인도의 잠재력은 훨씬 더 크다. 인도 경제성장률은 7~8%로 정체된 중국과 달리 지금부터 성장하기 시작한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과 인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신남방정책에서 한국과 같이 가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한국은 다른 중견국(미들파워)에도 문을 열어놓을 것이다. 인도의 이웃 국가도 신남방정책에 동참할 수 있다. 신남방정책의 교두보를 아세안과 인도에 두고 세계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재계와 정계, 학계, 언론 등과 다같이 신남방 드림팀을 만들겠다. 학계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고, 언론도 매일경제의 `원아시아(One Asia)`처럼 한국과 아세안 간 네트워크 강화에 적극적이다.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초당적으로 참여한 국회 한·아세안포럼을 만들었다.
▷이혁 사무총장=한국과 아세안은 서로에게 외교·안보 측면에서 위협이 되는 존재가 아니다. 중국과 일본은 강대국이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아세안을 두고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어 아세안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세안은 벤치마킹하고 싶은 나라로 중국도 일본도 아니고, 중견국으로서 단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한국을 꼽는다. 아세안은 미래에도 한국과 경제적 상호보완성이 유지될 것이며 우리는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과 달리 아세안은 한국 기업이 계속 투자해서 다양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은 산업적 측면에서 한국과 경쟁국이 됐다. 반면 아세안은 자생적으로 제조업을 육성하려면 시간이 걸려서 해외 투자를 유치해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이 갖는 의미는.
▷김현철 위원장=지난 10일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위 대통령 케미컬이 찰떡궁합이었다. 조코위 대통령은 올드 프렌드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첫 순방지였고 처음 호감가는 관계였다`고 했다. 양국 이슈들도 술술 해결됐다. 포스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CJ, 롯데케미칼 등 애로사항을 얘기했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하나만 더 부탁이 있다면서 “롯데의 현지 진출을 위한 전용부두와 단지 문제는 풀어달라”고 얘기했다. 문재인정부는 친기업 입장은 견지하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인을 업어드린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은 변함없다. 유통의 경우 타이밍이 중요한데 지금 아세안은 적기이다. 조코위 대통령이 “CJ시네마가 인도네시아에 적극적으로 들어와달라”고 직접 언급해 굉장히 놀랐다.
―한국과 아세안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박기출 회장=아세안은 한국이 필수적으로 가야 하는 시장이다. 정부가 아세안 정책을 만들기 전에 대기업이 진출했고 한상은 각자도생으로 치열하게 기업 활동을 한 결과 현재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곳도 많다. 각자도생한 한상들은 화상들의 네트워크가 부럽다. 이번 기회에 한상도 신남방정책에 참여해 아세안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 청년들도 미국과 유럽보다 아세안에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상의 기업에 취업한 뒤 그 경험을 살려 아세안에서 창업할 수도 있다. 한상이 `1사1명 채용`을 약속했다. 급여 수준의 차이가 마음에 걸린다. 예컨대 현지인을 채용하면 1000달러면 되는데 한국 청년들의 기대치는 두 배 이상이다. 정부 차원에서 한국 청년들의 아세안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원준 부회장=중국은 인건비가 많이 오르면서 외국 기업이 이익을 내기 어려워지고 있다. 롯데의 경우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9개국에 14개 회사가 진출했다. 베트남에서 큰 이익을 내고 있는데 유교문화로 한국과 유통환경이 비슷하고 현지 직원들이 성실하고 업무수행능력이 뛰어나다. 아세안에서 기업활동을 해보니 기본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각 나라의 역사, 문화, 종교 등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세안은 국가별·산업별로 특징이 천차만별이어서 정부와 기업이 각각 할 수 있는 일을 추려보고 합동으로 전략을 세우면 좋을 것 같다.
▷성기학 회장=사드 사태 이후로 중국이 비협조적인 사례가 늘면서 어떻게 회사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중국 당국과 관계를 원만하게 하며 철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다. 누가 봐도 우수한 공장인데도 중국 당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소방 등 각종 검열을 한다. 정부에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어떤 상황이며 어떻게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지 심도 있게 동정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아세안의 경우 한국 기업이 앞으로 철저하게 현지화를 하고 수출산업이 아니라 소비재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우리 기업들이 아세안에서 롯데와 같은 사업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방향을 정해주면 좋을 것 같다.
▷이원준 부회장=중국인 관광객은 줄었지만 아세안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한국의 관광정책도 아세안을 중심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박기출 회장=한상들은 한국에선 밖에 있는 기업, 현지에선 외국 기업이라고 각각 인식되면서 역차별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아세안 현지에서 금융기관에서 자금 조달할 때 어려움이 있다. 베트남의 경우 신용보증기관과 한국 금융기관이 협력해서 한국 기업에 파이낸싱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신남방정책의 뿌리가 될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파이낸싱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아세안엔 현지에 특화된 한상들이 많다. 국가적 차원에서 마중물을 부어주면 아세안에서 현지에 특화된 중소기업에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베트남 투자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기학 회장=실제 베트남에 너무 몰리는 것 같다. 우리 기업들은 좋은 꿈을 꾸고 있는데 베트남은 완전한 시장경제는 아니고 지금도 여러 가지 권력 암투 등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기적으로 베트남이 시장경제 모델로 나아가고, 한국 기업이 사업하는 데 큰 지장이 없도록 지금부터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아세안에서 중국과 일본 공세에 대한 대응책은.
▷이혁 사무총장=아세안에서 중국과 일본이 어떤 존재인지 알 필요가 있다. 한국은 2014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 됐다. 베트남을 포함해 아세안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증가되면 중국과 일본의 중요성도 마찬가지로 높아진다고 봐야 한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협력관계를 보면 아세안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협력할 부분은 손을 잡는다. 일본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오는 17일 서울에서 한-아세안 인프라 장관회의가 열리는데 중국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 한국도 아세안에 진출하는 중국과 경쟁하면서도 필요하면 협력해야 한다. 일본의 아세안 원조 규모는 한국의 10배가량인데 한국 기업이 일본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아세안에서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성기학 회장=중국의 일대일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일대일로 사업은 중국이 아세안에 대규모 차관을 빌려 주고 항만 등을 개발했다가 상업적 이용이 저조해 적자가 쌓이면 운영권을 인수하는 식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도 일대일로를 경계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다양한 인프라들이 연결돼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문제가 생기면 끝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진입로가 없으면 고속도로를 못 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대일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현실과 차이가 날 수 있다. 각계 전문가들이 일대일로의 사업성 등에 심도 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양자회의보다 국제 다자회의에서 부정적으로 거론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중국의 행태에 대해 다자회의를 빌려 지적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자회의에서 한국이 직접 나서서 이야기하기보다 아세안·인도의 힘을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인프라에서 한국이 아세안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은.
▷김현철 위원장=아세안 중점 4대 인프라를 선정했다. △고속철 등 교통 △에너지 △수자원 △스마트시티 등이다. 우리 기업의 인프라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산하에 해외 인프라 지원 공사를 만들었다. 아세안에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금융과 협상 등을 지원하려고 한다. 금융 측면에선 2022년까지 1억달러 규모로 인프라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아세안이 한국의 좋은 협력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현철 위원장=아세안을 생산기지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사실 아세안 중산층이 1억명을 돌파했다. 훌륭한 소비시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산업 발전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아세안도 퀀텀 점프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선보인 5G 기술을 적극 받아들여 삼성과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아세안은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져 있기는커녕 전자상거래와 드론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과 버금가는 수준에 올라와 있다. 인도네시아 최대 승차공유업체인 고젝(Go―Jek)은 한국보다 앞서 있다. 조코위 대통령 방한 때 동행한 토코피디아(Tokopedia)는 우리보다 더 앞선 전자상거래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의 활용도를 높이려면.
▷김현철 위원장=한·아세안 FTA를 개정하는 것이 방법이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커지면서 중국과 일본이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으며 아세안을 중심으로 RCEP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활용해서 연내 RCEP 타결에 물꼬가 트일 수 있도록 한국 정부도 적극 나서겠다.
■ “신남방특별위, 글로벌성장 이끌 것”
내년 한·아세안 대화 30년
韓서 10개국 정상회의준비
―신남방정책특별위 출범 배경은.
▷김현철 위원장=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제이노믹스`는 6가지 정책으로 구성된다. 국내 전략은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3가지다.
글로벌 전략은 신북방·신남방·한반도신경제지도 등 3가지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나려면 국내에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 기업들이 잘하는 것이 글로벌 무대에서의 성장이다. 신북방은 대륙으로 올라가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로 확대하는 것이라면 신남방은 해양을 통해 아세안·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신북방과 신남방의 최종 귀착점은 한반도다.
―내년에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맞는다.
▷김현철 위원장=한국과 아세안 간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아 내년 말 아세안 10개 회원국 정상들을 한국에 초청하는 특별정상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첫 다자회의가 될 전망이다.
한국 외교부가 지난 8월 아세안 외교장관들에게 내년 특별정상회의 개최 의사를 전했고 동의를 받았다. 정상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과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교류하는 장(場)이 될 것이다.
우리 국민과 기업은 아세안을 잘 알고 있고 매일경제도 `원아시아(One Asia)`를 일찍부터 제안했다. 정부가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혁 사무총장=2009년 한·아세안센터가 창설됐다. 한·아세안센터도 내년 10주년을 맞는다. 경제뿐 아니라 교육·문화·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한국과 아세안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리 = 강계만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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