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긴장 재발하나…안전자산에 쏠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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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 보이자 외국인들이 대거 한국 증시를 빠져나갔다. 미국이 중국을 향한 압박을 높이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확산됐다.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중국 정보기술(IT)업체인 화웨이의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체포된 점이 방아쇠로 작용했다.
부정적인 경기 전망에 시장 불확실성까지 확대되자 안전자산인 채권은 더욱 강세를 보였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년여 만에 1%대로 재진입했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2.62포인트(1.55%) 하락한 2068.6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동안 3871억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2.29%, 3.23% 하락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도 크게 올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만기별로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6.2bp(1bp=0.01%포인트), 7.5bp 하락한 1.839%와 1.983%로 마감했다. 10년물 금리가 1%대로 진입한 것은 2016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기준금리는 당시에 비해 0.5%포인트가 올랐지만 채권금리는 동등한 수준까지 하락했다. 채권금리와 채권가격은 반대로 움직여 채권금리 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0일간 휴전에 합의하며 손을 맞잡자 시장은 반갑게 반응했다. 미·중 무역전쟁은 그동안 시장 불확실성을 키워 온 이슈였다. 한국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왔다.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만으로도 증시는 반등했다. 향후 전개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당장은 긍정적인 뉴스였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 협상단을 강경론자로 구성하며 시장 분위기가 변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 대표를 맡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무역협상의 종결자라 불리는 강경파로, 1980년대 일본을 압박해 플라자합의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국장은 `Death of China`라는 책을 낸 대중 강경론자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향한 압박 강도를 더욱 올리겠다는 의도로 해석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될 경우 시장 불확실성은 커진다. 투자심리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멍완저우 화웨이 CFO 체포 소식까지 들리자 외국인 매도세는 더욱 커졌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이 협상 기간 동안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미국이 중국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났다”며 “압박을 비관세 부문까지 확대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면 시장 변동성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가 1900대까지 떨어졌던 지난 10월의 하락장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에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10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4조원이 넘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서 90조원을 샀는데 10월 하락장을 포함해도 그중 8조~9조원만을 팔았다. 아직 더 팔 여지가 있는 것”이라며 “외국인은 계속해서 매도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 증시를 둘러싼 여건이 악화되며 채권금리 하락세가 커졌다. 연말로 향하는 동안 채권금리 하락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10년물 금리의 경우 지난 10월 8일부터 두 달간 하락폭이 약 0.5%포인트에 달한다.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와 0.1%포인트도 차이가 안 나는 수준까지 하락했다.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지표와 글로벌 경기 흐름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행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10년물과 3년물 금리 차이도 2008년 10월 이후 10년여 만에 최저치인 0.144%포인트까지 떨어지며 긴장감을 키웠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불확실성 확산도 채권금리를 떨어트리는 요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내년 경기 전망 악화가 주원인”이라며 “3년물 금리와 기준금리 차이가 거의 없다. 시장에서는 이미 내년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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