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 1호는 `도심 수소차 충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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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서울 송파구 탄천 등지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처음으로 상업용 수소충전소가 들어설 전망이다. 또 유전체를 분석해 제공하는 맞춤형 건강검진 서비스도 규제 특례를 통해 지금보다 검진 품목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0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규제 샌드박스 계획을 발표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존 규제로 인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울 때 심의를 통해 실증특례나 임시 허가를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관련 법상 금지돼 있어 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사업화하기 어려우면 2~4년간 실증특례를 통해 사업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관련 규정이 모호하거나 불합리해 시장 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2~4년간 임시 허가를 받아 사업화에 나설 수 있다. 상업용 판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신기술·신사업에 나서는 중소기업이 관련 규제의 존재 여부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는 `규제신속확인제도`가 도입된다. 30일 이내 정부가 회신하지 않으면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10개 사례를 발굴했다. 이 중 6개가 수소충전소 사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샌드박스 1호가 될 수소충전소는 수소차와 함께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경제 대표 상품이다. 미래형 친환경차의 양대 축인 전기차와 수소차는 정부의 보조금 덕분에 빠르게 판매량을 늘려 가고 있지만, 기반이 되는 충전소는 해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서울 시내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양재동과 상암동에 단 2곳, 전국적으로도 9곳에 불과하다. 모두 상업용이 아닌 연구용 충전소로서 수소를 원가에 공급하고 있다.
이번에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충전소 설치 의사를 밝힌 6개 업체는 모두 서울 시내를 대상지로 한다. 김현철 산업부 산업기술정책관은 “수소충전소는 이격 거리, 입지 제한 등 규제가 있다”며 “설치 위치마다 국토계획법, 지방자치단체령 등으로 서로 다른 심의와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불편함이 샌드박스를 통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수소충전소는 고압가스시설로 분류돼 공동주택이나 의료시설, 학교 등지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야 한다. 사실상 시 외곽 지역이 아니면 설치가 불가능하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입지 제한이 완화되면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 등 도심에도 수소충전소가 들어설 수 있게 된다.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는 소비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유전자 검사업체에서 진단받을 수 있는 `소비자직접의뢰(DTC·Direct to Consumer)`가 대표적이다. 국내 DTC 검사는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탈모, 피부 노화 등 12개 분야, 46개 유전자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어 그동안 업계는 항목 확대를 요구해 왔다.
다만 규제 샌드박스가 얼마만큼 확산할지는 미지수다. 국민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규제 특례가 원천 차단되는데 이 조항 자체가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사업자의 사전 책임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손해 발생 시 고의·과실이 없다는 것을 사업자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도 거쳐야 한다.
규제샌드박스법은 이달 17일부터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이 시행되고 4월부터 금융혁신법과 지역특구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마지막 샌드박스법인 행정규제기본법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법안을 관할하는 부처마다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설치돼 앞으로 규제 특례를 신청하는 기업들의 신사업을 심의하게 된다.
한편 정부는 오는 17일 수소차와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 방안 등을 담은 수소경제활성화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 규제 샌드박스 :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시켜주는 제도다.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가 없는 `규제프리존`에서 새로운 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로 2016년 영국에서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면서 처음 등장했다.
[임성현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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