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13년째 천원”…PC방, 폐업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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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동대문구의 한 PC방에는 철제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이 PC방은 지난해 여름부터 문을 여는 날을 줄이다가 12월에 완전히 폐업했다. 점주 최 모 씨는 “PC방을 3~4년 운영했는데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었다”며 “업체 간 가격 경쟁,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사업 환경이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2. 인천 부평구에서 만난 PC방 점주 조 모 씨는 “지난해 순이익이 반 토막이 났다”고 푸념했다. 조 씨는 “옛날에는 매장이 꽉 차서 대기 줄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그나마 좌석을 200개에서 120개로 줄였지만 자리를 채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PC방을 방문했을 때 절반 정도는 빈자리였다.

조 씨는 2년 전 사람 대신 요금을 받는 ‘선불요금기기’를 들이고 알바생을 1명 줄였다. 그는 “지금은 주말에는 알바를 2명 쓰는데 이제는 주말 알바도 1명으로 줄일 것”이라며 “일단 나도 살아야 하지 않겠나”하고 반문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임대료·최저임금 상승으로 음식점, 편의점, 화장품 로드숍, PC방 등 업종을 불문하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PC방은 과당경쟁과 인구 고령화, 모바일 게임의 부상 등의 요인이 겹치며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14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PC방 수는 2016년 1만655곳에 달했다. 15년 전(2001년) 2만2548곳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국내 PC방 업주 모임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현재는 국내 PC방 수가 1만 곳 이하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측했다.

국내 PC방 수는 2009년까지는 줄곧 2만 곳 이상을 유지하며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시작 1년 후인 2009년부터 매장 수가 급속히 줄며 현재까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저임금·전기요금·유료게임비 모두 오르는데 요금은 13년째 1000원”

PC방을 13년째 운영 중인 조 씨는 “최근에는 PC방이 게임요금으로 생존할 수 없으니 먹거리를 많이 판다”면서도 “요즘은 사람이 적게 오니까 먹거리 매출도 무지하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겨울방학에는 저렇게 빈자리가 많으면 안 된다”며 좌석을 가리켰다.

조 씨는 “전기요금, 유료게임비, 인터넷 전용선 비용, 최저임금 모두 오르는데 요금은 13년째 1000원”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비용 중에서 가장 부담이 큰 것은 ‘알바비’(인건비)”라고 밝혔다.

그가 13년 전 처음 PC방을 열었을 때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평일 2명, 주말 3명을 썼다. 조 씨는 “그렇게 직원을 써도 한 달 인건비가 300만원을 넘지 않았다”며 “지금은 평일과 주말 알바를 1명씩 줄였는데 인건비가 한 달에 8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조 씨가 처음 PC방을 연 2006년에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3100원이었다. 올해부터는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0.9% 인상된 8350원이 적용된다. 2006년에 비해 최저임금은 142.9% 올랐지만 같은 기간 PC방 요금은 시간당 1000원으로 변함이 없다.

조 씨는 “최저임금이 이대로 올라간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업체가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른다”며 “방학이 끝나고 봄이 오면 초토화될 텐데 타개할 방법이 없다”고 푸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PC방을 운영했던 최 씨도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한다면 상관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PC방 요금은 10여년 이상 시간당 1000원으로 동결인 상태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고 일부 대형 매장들은 가격을 500원 이하로 인하하기도 한다. 최 씨는 “경쟁이 심한 상권에서는 한 시간에 500원씩 비용을 확 내려서 경쟁업체를 망하게 한 다음 다시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형 PC방 등장 등 多重苦…“생존가격 설정·업종별 최저임금 적용해야”

최저임금 인상과 과당경쟁 외에도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하며 PC방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저출산·고령화로 주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 인구가 크게 줄어 ‘(게임) 유저층’이 감소하고 최근 모바일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유저층이 PC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이동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게임업체들도 모바일 게임 개발에 매진해 PC게임 신작이 뜸해진 점도 PC방의 손님 유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기업형 PC방’의 등장도 PC방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 위협이 된다. DPG존(다나와), 브리즈(주연테크), 장동민의 옹PC, 아프리카TV PC방 등 기업형 PC방이 더 넓고 쾌적한 매장, 고성능 PC 등으로 경쟁력을 갖추면서 고객이 기업형 PC방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김 모 씨(30)는 “조립 PC업체들이 운영하는 (기업형) PC방을 자주 간다”며 “이런 PC방은 컴퓨터의 성능이 좋다 보니 게임이 잘 돌아가서 주로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상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서울지회장은 “지난 15년 동안 PC방의 숫자는 크게 줄었지만 PC방이 대형화하고 있어 전체 PC방의 PC 수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며 “어떤 기업형 PC방은 PC가 600대 들어가는 매장을 차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PC방 점주들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서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휴수당의 폐지, PC방 최저요금 가이드 설정, 5인 미만 사업장은 고용보험 적용 예외 등을 요청했다.

이 회장은 “대형 PC방이 가격을 시간당 500원으로 내려 소형 매장을 죽이고 있다”며 “PC방 소상공인들이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생존 가격’을 설정해 최소한 시간당 1000원 이하로는 가격을 내릴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업종별,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