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경제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응”…금리인하 시사

22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금리인하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 총재는 이날 ‘창립 제69주년 기념사’를 통해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정책운용 전략을 수립해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수렴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운용해 나가겠다”며 “가계부채, 자본유출입 등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도 함께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이 총재는 금리인하 가능성에 명확히 선을 그어왔다.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아직 금리인하로 대응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필요시 금리인하도 고려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이 다소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성장세에 대해서도 어두운 인식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는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며 “앞으로 국내 경제는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 부진이 완화되겠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며 “특정 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위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이 영향받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경기 대응을 위한 정책당국의 역할도 주문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구조개혁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대내적 요인으로 저출산·고령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가계부채 문제 등을 꼽았다.

그는 “경기대응을 위한 거시경제정책은 여력과 효과를 신중히 판단해 내실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우리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변화하지 않는다면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라고 경고했다.

하반기 한은이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항으로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수행 ▲저물가·저금리 환경 속 통화정책 체계 개선 ▲금융·외환시장 안정 유의 ▲지급결제 환경 변화 대처 등이 지목했다. 물가가 목표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경제 주체에 충분히 설명토록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특히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중앙은행 신뢰를 더욱 높이기 위해 외부와 적극 소통하고 우리 스스로 전문성을 강화해 정책역량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외부와의 적극적 교류를 통해 내부적으로 ‘창조적 마찰’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자기계발에 끊임없이 힘써 나가고 조직 인력 운영에 있어서도 이를 적극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