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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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경제
김상조 | 오마이북 (2012)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상욱 실장 swchun@wfri.re.kr

 

저자: 김상조

저자 김상조는 한성대학교 무역학과 교수이며, 경제개혁연대 활동을 통해 소액주주운동 및 재벌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박정희의 맨얼굴>(공저), <한국경제 새판짜기>(공저) 등이 있고 <재벌 중심 체제의 한계>, <공적자금의 조성, 투입, 사후관리 체계> 등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리뷰: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저자는 한국경제의 ‘개혁’을 논한다. 그러나 ‘혁명’ 또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과잉집착’은 거부한다. 저자는 어떤 정치집단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만 제시하면 유권자들이 그 진정성을 인정하고, 지지하고, 인내할 거라는 믿음은 완벽한 착각이라고 말한다. 세상만사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과 ‘제도적 상호보완성(institutional complementarity)’을 가지기 때문이다. ‘경로의존성’은 과거에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가 현재의 선택과 미래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도적 상호보완성’은 어느 한 제도의 성과는 다른 제도들과 얼마나 긴밀한 보완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경로의존성’과 ‘제도적 상호보완성’을 고려하지 않은 개혁은, 최종 목표지점을 향해 가는 과도기 동안 수도 없이 발생할 각종 위험요소들의 관리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개혁’에 대한 저자의 철학은 경제개혁연대의 창립선언문에 잘 드러난다. “거대담론의 실패 경험을 되풀이하기보다는, 구체적 성공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결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저자는 개혁을 위한 실천 과정에서 체득한 철학과 방대한 통계 자료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경제의 과거, 현재, 미래 모습을 조망하고, 재벌, 중소기업, 금융, 노동 등 한국경제의 주요 부문에 대한 개혁 과제와 대안을 제시한다.

한국경제종단(縱斷) – 거대담론부터 미시정책까지

저자는 한국경제의 근본적 문제는 한마디로 ‘신자유주의의 과잉 및 구자유주의의 결핍’이라고 진단한다. 한국경제는 중상주의(박정희식 개발독재 모델)에서 신자유주의로 바로 건너뛰면서 서구의 고전적 자유주의가 이룩한 구자유주의적 성과, 즉 법치주의로 대변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메커니즘을 확립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제를 한국의 보수, 진보가 모두 방기하면서 그 공백을 정치적, 경제적, 관료적 기득권 세력이 차지한 것이 한국경제의 ‘다이내믹’이 상실된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GDP의 절대수준을 높이는 것이 한국경제의 당면과제라는 ‘낙수효과’ 논리는 현재 시점에서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는 30%의 총투자율은 시계열적으로 보든, 다른 OECD 국가들과의 비교로 보든 결코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기업의 투자여건이 좋지 않은 것이 한국경제가 활력을 잃은 원인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제조업의 산출액 내지 부가가치 비중은 하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간 또는 대∙중소기업 간 ‘연관관계 약화’에 따라 제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피용자보수비율로 파악할 수 있는 노동소득분배율 또한 매우 낮아진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내의 영세기업, 소기업, 중기업 간 격차가 확대되고,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연관관계 약화’의 결과라는 것이다. ‘낙수효과’가 작동될 수 있는 연결고리는 이미 끊겼다는 것이다.

한국경제횡단(橫斷) – 구조분석과 개혁 방향

외환위기 시기를 지나면서 30대 재벌 중 절반 이상이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화된 소유구조’라는 재벌체제의 근본 특징은 변하지 않았으며, 생존한 재벌들이 주요 워크아웃 기업들을 인수함으로써 ‘경제력 집중 문제’는 오히려 더욱 심화되었다. 또한 경제력 집중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을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현행법의 공정하고 엄정한 집행을 통한 법치주의의 확립과 기업집단이 하나의 법적 실체로서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체계의 도입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는 국내 경제법이 과거로부터 내려온 성문법 중심의 독일법 및 일본법 체계 위에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미국법 체계가 덧씌워진 형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성문법 특유의 사법 엄격주의도, 미국법 특유의 (법원의 판례와 감독기구의 재량권에 기초한) 사법 보편주의도 확립되지 못해 효과적인 재벌개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저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하도급 거래 관계를 ‘준내부조직’의 문제로 본다. ‘준내부조직’ 현상은 일본이나 유럽대륙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하도급 관계가 실질적으로는 내부자에 준하는 밀접한 관계를 장기간 유지하는 암묵적 관행에 의해 작동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하도급 관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호협력에 기초한 생산성 향상 측면보다는, 중소 수급기업의 저렴한 인건비에 기초한 대기업의 가격경쟁력 확보 측면에 더 큰 강조점이 놓여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왜곡된 하도급 관계는 결국 중소기업이 제공하는 고용의 질을 떨어뜨림으로써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수직적 네트워크를 공정하게 만드는 것 못지않게 중소기업 상호 간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중소기업의 발언권을 강화해야하고 둘째, 하도급거래 구조의 현실에 대해 더욱 정확한 정보를 축적하고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셋째, 불공정 하도급거래의 대표적 형태인 납품단가 후려치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제시한 협력업체에 대한 목표초과이익공유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의 검토 필요성도 제안한다.

저자는 한국의 금융제도는 시장 중심 또는 은행 중심, 그 어느 쪽도 아니라고 평가한다. 한국의 금융 부문은 경제 전체의 자원배분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적이 없으며, 다른 주체가 내린 결정을 충실히 집행하거나 그로 인한 후유증을 뒤치다꺼리하는 역할만 수행했다는 것이다. 금융산업의 뜨거운 이슈인 금산분리 문제에 대해서는 사전적 소유규제만이 금산분리 원칙을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고객의 권익을 보호하는 금융회사 내부의 통제장치, 집단소송과 이중대표소송 등 피해구제를 위한 효과적인 소송체계, 감독기구와 사법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에 대한 신뢰 등 사회적, 법제도적 통제장치가 확립되어야만 사전적 소유규제의 완화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4대 함정에 빠져 있다고 본다. 노동시장의 높은 장벽에 가로막힌 사람들이 아예 경제활동 참가 의사를 포기함으로써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비경활 함정’, 핵심인력을 관리하는 중심노동시장과 대체 가능한 인력을 관리하는 주변노동시장으로 나뉘어져 있는 ‘이중 노동시장 함정’, 이중 노동시장 함정으로 인해 일을 해도 빈곤 상태를 벗어날 수 없는 ‘근로빈곤 함정’, 저조한 인적자본 투자로 인한 ‘저숙련 함정’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노동시장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고도로 집중화된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가 주도하는 스웨덴식 ‘사회 대타협 모델’이나 유연한 노동시장, 관대한 실업 급여,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덴마크식 ‘황금의 삼각형 모델’을 참고하여, 기업정책-노동정책-복지정책이 상호 긴밀한 보완성을 갖는 포괄적인 노동정책을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한국경제의 문제점과 개혁과제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인식하면서도, 급진적인 개혁이 아닌 느리지만 지속가능한 현실적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개혁을 주장하는 다른 책들과 차별화된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저자가 언급한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기획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작성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상욱 실장

편집 : 뉴스젤리

게재일 : 2017.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