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앞장서자 장관도 휴가행렬…쉼표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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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뉴스 ◆
이전 정권과 달라진 문재인정부의 모습 중 하나는 바로 `휴가`다. 일단 대통령이 앞장서서 여름휴가를 포함해 21일의 연차휴가를 모두 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 휴가가 21일이라는 국가기밀(?)도 대다수 국민은 이번에 알게 됐다. 취임 직후인 5월 21일 하루 휴가를 경남 양산에서 쓴 문재인 대통령은 8월 초 1주일가량을 또다시 양산 사저에서 쉴 것으로 보인다. 총리와 장관들도 적극 동참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다음달 9일부터 14일까지 잠정적으로 휴가 일정을 잡았다. 각 부 장관을 비롯해 휴가에 대해 총리 승인이 필요한 정부 고위직 50명 가운데 48명도 이미 총리에게 신청서를 내 결재까지 받았다. 높은 분들만 쉬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의 여름휴가를 적극 보장하라”는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인사혁신처는 “직원들이 최대 10일까지 눈치 보지 않고 여름휴가를 쓸 수 있도록 장려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일을 핑계로 실·국장들이 부하들을 잡아놓지 말라는 엄명이다.
그동안 극심한 `휴가 눈치 보기`에 시달려온 공직사회는 벌써부터 기대에 들떠 있다. 인사혁신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공무원 평균 연차휴가 20.4일 가운데 사용률은 50.3%(10.3일)에 불과했다. 문재인정부가 적극적인 휴가 독려에 나선 데는 단지 `쉴 권리` 보장이라는 따뜻한 마음 때문만은 아니다. 당장 공무원만 연차휴가를 제대로 쓴다면 경제 파급효과가 크다는 차가운 계산도 함께 깔려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6월 발표한 `공공부문 연차휴가 100% 사용 시 발생하는 재정 규모와 신입 청년 고용 창출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공무원에게 지급한 연가보상비를 재원으로 활용하면 신규 9급 공무원을 1만4342명 채용할 수 있다. 이는 전체 국가·지방직 공무원 125만8829명 가운데 연가보상비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장차관이나 방학이 있는 교원 등을 뺀 89만5386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들이 연가를 100% 사용할 경우 절감되는 연가보상비는 퇴직 공무원 평균 재직기간 28년을 기준으로 42조6336억원으로 추산됐다.
공직사회를 레버리지로 삼아 민간의 휴가 사용을 독려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보다는 휴가를 통해 내수와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전략이 저변에 깔려 있다. 이른바 `휴가의 경제학`이다. 실제 한국인 직장 근로자들은 휴가도 못 떠난 채 과중한 근로시간에 묶여 있다 보니 노동생산성만 떨어뜨리고, 다시 근로시간으로 만회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10년 7.9%였지만 2014년(-3.0%), 2015년(-1.7%)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전 산업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2010년 7.1%에서 2015년 1.5%로 크게 둔화했다.
이들이 모두 휴가를 떠나면 어떻게 될까. 정부는 최소 소비에 미치는 효과만 17조원, 여기에 더해 20만명이 넘는 신규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의뢰로 지난 3월 조사한 결과 직장인이 연차휴가를 100% 사용할 경우 소비가 16조7719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때 연간 여가소비 지출은 32조5121억원에 달한다. 또한 여가 지출에 따라 추가로 생산하는 재화가 연간 29조3570억원, 간접적인 부가가치도 13조134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통해 신규 고용은 21만8115명 늘어날 것으로 봤다.
지난해 9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직장인의 연차휴가 사용에 따른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도 연간 경제효과만 20조7215억원에 달했다. 김 의원은 이를 통한 고용 창출 규모만 신규·대체 인력을 더해 3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더욱이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며 여름휴가비를 지급하는 기업 비중이 6년 만에 늘어난 점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환상`을 꿈꾸기에는 아직 이르다.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한 휴가 독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초(超)장기휴가`는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최근 발표한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휴가 사용 촉진 방안 및 휴가 확산의 기대효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한국 직장인들은 1년에 평균 15.1일의 연차휴가를 보장받았지만, 이 중 52.3%인 7.9일만 사용했다. 1인당 7.2일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전체 임금근로자(1923만명)로 환산하면 1년에 1억3000만일 휴가가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여행정보회사 익스피디아가 지난해 주요 28개국의 유급휴가를 조사한 실태에서도 한국은 조사 대상국 중 꼴찌를 차지했다. 28개국 평균이 20일을 넘는 가운데 휴가가 10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실제 휴가를 제대로 가지 못하는 데는 제도보다도 강압적인 근로 환경과 일터 문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이 보장받는 연차휴가 일수는 15~25일로 프랑스(30일)와는 차이를 보이지만, 독일·영국(각 24일), 일본(10~20일) 등과는 큰 차이가 없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한국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으로 연간 2113시간에 달해 멕시코(2248시간), 코스타리카(2157시간)에 이어 세계 3위다. OECD 평균인 1766시간보다는 347시간이나 많다. 그러다 보니 `휴가의 꽃`인 여름휴가는 온전히 1주일도 보장받지 못했다. 1241명을 대상으로 한 문체부의 여름휴가 실태조사에서도 `올해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는 절반을 조금 넘는 52.1%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지난해보다 4.9% 늘어난 수치다. 휴가를 못 가는 나머지 48%는 여유 시간이 없거나(76.7%), 여행 비용이 없는(16.3%) 경우가 전체의 8할을 차지했다.
그나마 힘겹게 가는 휴가를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보내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고민거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4년 국내 관광시장에서 내국인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4.1%에 불과하다. 2012년 60.1%보다 6%포인트가량 낮아진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은 89.5%에 달했고 미국(77.2%), 프랑스(71.1%) 등도 내국인의 관광 지출 기여도가 한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래서는 여름휴가 사용을 독려한다고 해도 내수를 비롯한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세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에 그친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이 9%인 것을 감안하면 내국인 효과가 그만큼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휴가를 통한 내수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초점을 맞춘 관광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문체부의 국민여행 실태조사 등을 토대로 추산했을 때 2014년 해외여행 지출액이 42조40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 중 10%만 국내 여행지로 발길을 돌려도 연간 4조2000억원의 내수 창출 효과가 생길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도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여름은 해외여행 대신 국내에서, 특히 농어촌에서 보내는 대국민 캠페인을 한번 벌여 보자”고 강조한 바 있다.
[전정홍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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